13.
누군가 그랬다. 지명은 대지 위에 세워진 하나의 기호가 아니라 상처의 다른 이름이라고.
17.
밖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아주머니들 틈에서 엄마가 외할아버지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처럼 새엄마와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방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아마 엄마가 없는 부류의 인간들은 나중에 청력 왕으로 진화할 확률이 아주 높다고 나는 확신한다.
46.
아빠랑 헤어질 때쯤에서야 나는 그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둥빈과 제제를 사랑했던 건 내가 엄마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었고 위현에게 언니 노릇을 한 번도 제대로 해주지 못한 이유는 새엄마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96.
"그래, 사는 것은 어렵지. 아주 어려운 일이야. 스님도 어려웠으니까 깨달음을 찾았겠지...... 그런데 말이다, 위녕, 사는 게 어려운 일이다, 이걸 한번 받아들이고 나면, 진심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사는 게 더 이상 어려워지지 않아. 왜냐하면 어려운 삶과 내가 하나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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